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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하는 글

한국에서 놀이치료 관련학회가 창립된 이후, 지난 18년 동안의 사회적 변화는 과거 수 백 년 동안의 변화에 버금갈 정도로 급변했다. 서로에게 안정성과 자원을 제공하는 가정에서 부모는 돌봄의 제공자였고, 형제들과의 관계에서 규칙과 규범이 자연스럽게 습득되었고, 권위상은 사회생활의 모델, 교사, 훈육자였다. 또한 양육 관습은 할머니에게서 어머니에게로 자연스럽게 계승되었다. 전해져 내려오는 양육 관습이 있고, 가족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으며 일차양육자로서 어머니는 자녀 양육에 관한 신념이 있었고, 양육에서 어려움이 있으면 주변에서 도움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어머니는 양육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녀에게 맞는 적절한 정보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또한 아동은 부모보다는 낯선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양육 전문가 ‧ 자극 ‧ 정보에 노출되어 있고, 노출되는 연령 또한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자극과 정보를 처리해 낼만 한 심리적 역량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동은 스스로 적응하고 자극들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아동의 뇌는 폭발할 지경이지만, 이 과정에서 일차양육자로서 어머니의 역할은 점점 더 미미해지고 있다. 아동이 보이는 문제행동은 그 아동이 처해있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표현(Mash & Wolfe, 2009)이라고 할 때 놀이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동들의 숫자와 이들이 성장하면서 일으키는 사회적 문제들이 폭증하고, 증세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심각해지기 때문에 놀이치료의 패러다임 또한 변화되어야 한다.

1909년 ‘리틀 한스 사례’가 발표된 이후, 아동의 놀이치료에서 정신분석 이론들이 적용되었다. 그러나 언어가 발달되지 않은 아동에게 대화체의 심리치료를 실시하는 것에 반대한 Lowenfeld는 노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동에게는 치유로 작용한다는 관점에서 세계기법을 개발(Lowenfeld, 1928: Mitchell & Friedman, 1994 recited)하였다. 그 이후 Axline의 아동중심 놀이치료(Axline, 1947)는 놀이치료의 대명사가 되었다. Kalff가 제시한 모래놀이치료 사례(Kalff, 1980; Mitchell & Friedman, 1994)에서도, 아동에게 필요한 교육이나 방법을 맞춤식으로 제공했는데 이때 Kalff 자신은 아동의 행동을 관찰해서 놀이의 의미를 분석하지만 아동에게는 상징의 해석이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놀이치료 진행 방식은 아동중심 놀이치료와 유사했다. 1960년대와 70년대, 아동의 문제는 가족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가족치료의 개념이 널리 퍼지면서 부모가 놀이치료에 직접 관여하는 부모놀이치료가 시작되었다(Guerney, 1997). 비슷한 시기에 Head Start 프로그램에서 제외된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놀이를 치료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놀이치료자가 주도적으로 놀이치료 회기를 이끌어가는 치료놀이가 발표(Jernberg, 1979)되었다. 1980년 대 이후에는 상담이론에 따른 놀이치료들이 등장하면서 인지행동 놀이치료, 아들러식 놀이치료, 게슈탈트 놀이치료 등등의 다양한 놀이치료 이론 및 관련 사례들이 발표되었고, 최근에는 아동의 증세에 효과적이라고 밝혀진 심리치료 관련의 연구결과들을 아동 특성에 따라 선택해서 적용하는 처방적 놀이치료(O'Connor, & Braverman, 2009)가 발표되었다. 놀이치료 현장에서 이러한 접근방식들은 아동의 특성과 시대의 요구를 간과한 측면이 있다. 먼저, 놀이치료 이론들은 성인 상담을 토대로 개발되었고, 놀이치료자가 놀이회기를 주도하는 치료놀이에서는 아동의 반응을 고려하지 않으며, 아동이 주도하는 놀이치료에서는 아동의 자기치유력이 발휘될 때 까지 놀이치료자가 기다려야 하고, 일부 아동에게 효과가 있는 치료접근이라고 해도 아동의 양육환경에 따라 효과성이 달라질 것이다.

아동의 성장은 진행 중이고 아동이 발달하는 속도에는 개인차가 있다. 놀이치료에 의뢰하게 만든 문제행동이 동일하다고 해도, 언어 및 이해 수준 혹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규범을 수행하는 수준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 의뢰하게 만든 문제행동이 그 아동에게는 정상적인 행동일 수 있고 아동에 따라 문제의 심각성 또한 다르게 평가되므로 의뢰된 아동의 발달수준은 놀이치료에서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변인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생의 초기에 아기는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 이외에 양육자의 표정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을 지속 또는 멈출지를 결정하고, 아동이 보이는 단서에 민감하지 못한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에서 아동이 경험하는 부정적인 사건들은 뇌를 긴장시키고 경계하게 만드는 외상이 되어 뇌에 흔적을 남긴다. van der Kolk는 이를 발달외상(van der Kolk, 2005)이라 하고, 만성적으로 지속될 때 PTSD와 같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van der Kolk, Roth, Pelcovitz, Sunday, & Spinazzola, 2005). 학대로 인해 만성적으로 경계하는 뇌의 치유에 관한 연구에서 뇌는 반복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는 신경가소성의 개념이 중시되었고, 놀이치료에서도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아동은 자라는 과정에 있고 발달 속도에는 개인차가 있다는 것, 아동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아동의 발달수준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생의 초기에 양육자와의 관계부터 이후에 경험하는 만성적인 부정적 사건들이 외상이 될 수 있다는 것, 긍정적 상호작용의 반복은 외상 때문에 무질서하고 경계하고 있는 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어린 시기는 정상 발달로 되돌릴 수 있는 결정적 시기이며 이때 놀이치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어서 놀이치료자의 역할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첫째, 놀이치료 이론에 따른 놀이치료자와 아동 간의 상호작용 유형. 둘째, 초기 상호작용에 의한 발달외상과 뇌 발달, 그리고 신경 가소성. 셋째, 놀이치료에서 놀이치료자가 고려해야 하는 사항에 대해 점검해 보려고 한다. 이러한 고찰에서 정리된 개념으로 무장한 놀이치료자들은 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놀이치료를 실시하게 될 것이다.